아쿠타가와 상’은 일본 순수문학계 최고 권위를 가진 신인상입니다. 대중적인 소설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나오키 상’에 비해 문학의 순수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아쿠타가와 상의 대표적인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마쓰모토 세이초, 노벨문학상에 근접했던 일본의 대문호 엔도 슈사쿠, ‘타인의 얼굴’을 쓴 아베 코보가 있고,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문체로 발간하는 족족 ‘19세 미만 구독 불가’로 지정되는 무라카미 류도 있습니다. ‘게르마늄의 밤’을 쓴 청소년 유해간행물의 대명사 하나무라 만게츠도 있지만.
순수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가들이라고 모두 이 상을 수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존경해 마지않던 다자이 오사무는 아쿠타가와의 이름을 딴 이 상에 욕심을 냈지만 두 번 후보로 올랐을 뿐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21세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로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두 번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쿠타가와 상’의 주인공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일본 근대문학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영원히 남은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등단 후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70여 편의 글을 쏟아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평이하고 명쾌한 필치로 일본 고대 설화 문학을 소재로 ‘라쇼몬’, ‘지옥변’, ‘코’와 같이 인간의 본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담은 명작을 남겼습니다.
이후 그는 예술지상주의적 경향의 작품들과 에도 시대 그리스도교 박해를 작품들, 일본 근대화를 주제로 한 작품 등 섬세한 서정성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으며, 말년에는 ‘톱니바퀴’와 같이 자살을 염두에 둔 듯 자조적이고 시니컬한 글을 써내기도 했습니다.
압도적인 필력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그는 ‘장래에 대한 그저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불과 35세에 요절했습니다. 그 후 1935년, 아쿠타가와의 친구이자 문예춘추의 사주 기쿠치 칸이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했고 현재까지도 이 상은 일본 순수문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