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은 카톨릭의 시대였습니다. 거의 모든 유럽의 국가들이 교황청의 지휘 아래 있었고 왕들도, 귀족들도, 농노들도 신을 거역하지 않기 위해 사는 것과 다름이 없을 정도였죠. 이 암흑 같은 시기에도 예술은 존재했지만 카톨릭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시기의 작품인, 이탈리아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의 ‘최후의 만찬’과 같은 거룩한 성화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떠한 의문이 들곤 합니다. 예수와 열두 제자, 정확히는 '배신의 아이콘' 유다로 보이는 한 사람을 제외 한 열두 명의 머리 뒤에 달린 금색 빛의 동그라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챙이 넓은 모자를 극단적으로 뒤로 당겨쓴 것일까요? 그렇게 생각하기엔 어떤 제자는 얼굴의 옆면에 그것이 붙어있습니다. 2000년 전의 일을 누구라도 알 수 없고, 저 시기에는 모자를 얼굴 옆면에 쓰는 취향도 있을 수 있다고 마음을 열어 봅니다.
게다가 어떤 제자는 옆에 앉은 제자의 금색 동그라미에 가려 얼굴조차 드러나지 않습니다. 단체로 사진 찍을 때도 앞사람이 얼굴을 가리면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 예수의 제자들답게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이 금색 원의 정체가 ‘후광’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조금 꺼림칙한 상태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성화는 마음의 눈으로 대하는 것이지, 주변 사물을 투상하여 뇌로 보내는 신체기관의 기능만으로 바라보다간 불경한 자로 낙인찍힐 뿐입니다.
이같이 중세 미술에서 등장한 ‘후광’은 20세기에 이르러 ‘후광효과’라는 이론으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헤일로 효과(Halo Effect)'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가 1920년대에 처음 제기한 것으로, 중세 성화의 후광처럼 그 사람의 일부분을 덮은 빛으로 인해 그 사람의 전체 인상이 전부 빛나게 보이도록 만드는 심리적 특성을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