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의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의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 애호가는 아니기에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라는 단어가 생소하실 수 있겠지만. 이 대회는 세계 3대 음악 경연 대회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 북미의 대표 피아노 콩쿠르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준결선에서 임윤찬의 1시간 6분에 걸친 프란츠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 연주는 그가 획득한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이라는 타이틀 보다 더 큰 화제가 된 장면입니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보는 이들의 숨을 막히게 한 이 연주는, ‘테크닉을 위한 테크닉’이 아니라 서정성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테크닉’임을 증명합니다.
콩쿠르 우승 후 임윤찬은 “난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싶은 사람이다. 단지 그렇게 되면 수입이 없다”며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고, 내년 성인이 되기 전에 내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기 위해 콩쿠르에 나왔다. 콩쿠르 우승과 상관없이 공부할 것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18세가 아니라 마치 81세처럼 성숙한 그의 인터뷰 역시 ‘초절기교’입니다. ‘나는 커리어와 경제적 성공에 대한 야망이 99.9%다’라고 밝혀도 ‘왜 99.99%의 야망을 가지지 않느냐’고 채찍질하는 시대에.
한편, 임윤찬이 연주한 ‘초절기교 연습곡’은 헝가리 출신 작곡가, 피아니스트인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연주 테크닉을 집대성한 12곡의 연습곡입니다.
당시 최고의 피아노 연주실력을 자랑하던 리스트의 피아노 독주곡답게,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돼 피아노 역사상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12곡 모두 매우 높은 수준의 기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성과 표현력을 요구되는 곡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나 난도가 높았는지, 독일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 슈만은 "이 작품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리스트 그 자신뿐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8세의 임윤찬이 이 고난도 작품을 소화해냈다는 것이 보면서도 믿기지 않습니다. 리스트가 이 연습곡 초안을 만든 나이가 15세라는 점은, ‘그도 인간인가’ 싶을 정도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