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캔자스 주 홀컴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일가족 몰살 사건’을 소재로 한 르포르타주 <인 콜드 블러드>는 작가 트루먼 카포티의 대표작입니다.
카포티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살인마 페리 스미스를 두고 “그와 나는 한집에서 자랐는데 어느 날 그는 일어서 뒷문으로 나갔고, 나는 앞문으로 나온 것처럼 느껴져”라고 말했을 정도로 연민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둘의 유년기는 너무나 비슷한 방식으로 비극적이었고, 165cm의 카포티와 스미스는 키와 체구마저 비슷했습니다.
소설가로서의 소명과 윤리적 선택 사이에서 수시로 고민에 빠지기도 했지만, 카포티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냉혈함’을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 <인 콜드 블러드>는 트루먼 카포티를 세계 문학사에 이름을 올린 추앙 받는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무모하고 매력적이며 쓸쓸한 여성 캐릭터 ‘홀리 골라이틀리’를 탄생시킨 <티파니에서 아침을> 역시 ‘카포티’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진 이 로맨틱 소설은 ‘골라이틀리(Go-lightly)’라는 다소 해괴한 이름을 가진, 이름처럼 가볍고, 대수롭지 않게 물리적, 정신적으로 부유하는 여성을 다룹니다. 그녀는 키우는 고양이에게 이름도 붙여주지 않으며 언제나 떠날 사람처럼 명함에는 ‘여행 중’이라는 문구를 새기고 다닙니다.
한없이 순수하지만, 한없이 세속적인 이 여성 캐릭터를 간결하게 통제된 문체와 위트로 표현한 카포티를 두고 세간의 칭송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트루먼 카포티 애독가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를 두고 “날카로우면서도 전혀 낭비라곤 찾아볼 수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트루먼 카포티의 숨은 명작
하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카포티의 문장들이 ‘명작’으로 칭송받는 그의 대표작들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카포티의 ‘숨은 명작’들에서도 섬세한 묘사와 풍부한 서정성을 드러내는 그의 문장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불완전하고도 아름다운 카포티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혼한 부모에게 버림받고 친척 집에 맡겨졌던 혼란스러운 유년기의 추억이 담긴 단편 〈크리스마스의 추억〉 역시 수작입니다. 십 대의 카포티와 60세가 넘는 사촌 간의 우정을 담은 이 소설에서, '화장을 해본 적도, 욕을 해본 적도, 다른 사람이 나쁘게 되기를 바란 적도, 고의로 거짓말을 한 적도, 굶주린 개를 못 본 척한 적도 없었다.'는 문장은 카포티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 중에서도 가장 슬픈 건 삶이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연인을 떠난다면, 인생은 그를 위해 멈춰야 하고, 누군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세상도 멈춰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카포티의 또 다른 단편 소설 <불행의 대가>의 핵심 문단은 누군가의 인생을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 순간까지만 해도 그는 외롭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외로움을 인식하자 오히려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물고기가 뛰노는 갈색 강과 한 여자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햇빛을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동료 죄수를 사랑하지만 결국 함께 할 수 없었던 남자 죄수의 마음을 그린 <다이아몬드 기타>의 문장들 역시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자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