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시‘, ’아드리아해의 여왕‘, ’가면의 도시‘와 같은 별명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들 중 하나로 꼽히는 베네치아(Venezia). 특히, 르네상스 시대 유럽 경제‧문화 발전의 중심지이기도 했던 이 도시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영문 ‘베니스(Venice)’로도 친숙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문학 최초로 신체포기각서를 등장시키고, 이를 채무자에게 들이민 유태인 고리대금업자의 법률적 패배를 다룬 이 소설은 작품 배경보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현실적인 시사점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또한, ‘대출금 납입 기한을 어길 시 돈 대신 인육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비위 상하는 내용을 ‘언어 창조자’ 다운 언어 감각과 문장력을 통해 희극으로 둔갑시킨 셰익스피어의 천재성 역시 돋보입니다.
한편, 공예 선진도시 베니스에서는 ‘베니스의 상인’ 만큼이나 유명한 ‘베니스의 장인’들이 있습니다. 이들 유리공예 장인들이 이끄는 베니스의 유리공예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세계 랭킹 순위권에서 밀려난 적이 없습니다.
베니스 전역을 투명하게 비추는 유리공예의 본산 무라노(Murano) 섬에서는 지금도 100여 개 남짓한 유리 공방에서 2, 3명의 장인들이 재래식 화로 옆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유리 공예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액체와 고체 중간 상태로 점성이 높은 유리 반죽을 1500도가량의 고온에서 가열한 뒤 ‘칸네’라고 하는 긴 대롱을 통해 입김을 불어넣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리 공예품을 만들어 내는 광경은 예술의 경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이들의 장인 정신과 관련된 안타까운 에피소드도 전해집니다. 중세 시대, 유럽 전역의 왕실과 귀족들로부터 아름다움을 인정받은 베니스 유리공예의 기밀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왕실에서는 유리공예 장인들을 무라노 섬으로 집결시켰습니다. 이 섬 안으로 들어온 장인은 절대로 섬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탈출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수백 명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더없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베니스 유리공예 품의 비결은 결국 평생 이 작은 섬에서 유리공예를 위해 철저히 몰두한 장인들의 장인 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